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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초대형 M&A 태풍 온다

2007. 6. 16. 09:00 | Posted by 이누이트

[중앙일보 정경민.고란] 자본시장 '빅 뱅(big bang)'의 서곡이 울리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법 제정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증권업계는 이미 자통법 제정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서울증권.NH증권이 자통법에맞춰 덩치를 키우기 위해 다른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겠다고 선언했다. 외환위기 후 은행권은 잇따른 초대형 합병으로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반면 증권회사들은 금융 업무 칸막이 때문에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통법 제정을 계기로 증권가에도 초대형 M&A가 잇따를 전망이다. 금융 업계는 시장 판도가 은행.보험.금융투자회사의 3대 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의 김승익 전략기획실장은 "위탁매매 영업에 치중한 기존의 증권업계 수익구조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자통법 통과를 계기로 증권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평가했다.

◆한국판 골드먼삭스 나오나=1869년 창립한 미국 골드먼삭스는 자본금 25조원에 한 해 2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있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이다. 국내 54개 증권사를 통틀어도 골드먼삭스의 덩치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영업구조도 국내증권사와 판이하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6%가 자기매매 수익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기자본을 앞세운 증권 투자에서 수익의절반 이상을 번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의 67.6%를 위탁매매에서 얻고 있다. 자기매매 수입은 수수료 수입의 7.7%에불과하다. 이 때문에 증시가 활황이면 수익이 올라가고 증시가 가라앉으면 수익도 쪼그라드는 '천수답형'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정부가 자통법 도입을 시도한 것도 이런 영업구조를 골드먼삭스처럼 'IB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맨파워나 업무 경험에 비춰볼 때 금융투자회사가 단기간에 골드먼 삭스와 같은 영업구조로 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 지각 변동=증권사들이 증시 시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올리는 체질로 탈바꿈하려면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것밖에도리가 없다. 이를 위해 우선 몸집 불리기가 급하다. 덩치가 커야 자기매매 수익도 많이 올릴 수 있고 어지간한 투자 위험도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자통법 시행 전까지 M&A 광풍으로 증권업계 판도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란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M&A로 덩치를 불리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전문 분야에 특화한 틈새시장을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자본시장 빅 뱅은 은행.보험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투자회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돼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직장인의 월급 이체 계좌 상당수가 증권사로 옮겨갈공산이 있다. 은행권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거의 무이자였던 보통예금에도 이자를 붙여 주는 고육책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 및 투자자문업 사이의 칸막이가 없어지면 금융투자회사가 덩치를 불려 기업M&A나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채권은행단 구성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다양한 펀드도 선보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증권사가 펀드를 만들거나 파생상품을 개발할 수 없다. 새로운 자통법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권, 날씨,반도체 가격을 근거로 한 파생상품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덩달아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 폭도 크게 넓어진다. 선진국처럼금융상품의 중심이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옮겨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