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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한 것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핫머니(투기성단기자금)’다.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 등 굵직굵직한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력을 더 키워갔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잔액이 미국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다. 대출 부실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은 크게 잡아도 10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세계 금융시장 동맥경화증을 불러일으킨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그 자체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나날이 발달하는 파생상품의 부작용.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무분별한 단기 차입 투자가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건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파생된 수십, 수백가지 금융상품을 단기간에 사고팔면서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올렸지만 그 한건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해지면서 연관 상품이 모두 ‘불량’으로 의심받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개인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해준 대부업체는 모기지를 투자은행에게 넘기는 대신 대출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번 비극의 시작은 모기지를 사들인 투자은행의 최첨단 금융공학 기술에서 비롯됐다. 투자은행은 모기지를 담보로 주택저당채권(MBS)을 만들고 다시 이 MBS를 여러개 묶어 자산담보부채권(CDO)라는 상품을 개발, 헤지펀드 등 전세계 금융기관에 내다팔았다.

CDO의 특징은 MBS 등 모아진 담보물이 위험도 별로 쪼개지고 붙어 수십개의 상품으로 다시 나뉜다는 점이다. 헤지펀드가 관심을 가진 것은 CDO중에서도 고위험 고수익의 낮은 신용등급 CDO였다. 공격성향이 강한 일부 헤지펀드는 보유 CDO를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다시 CDO에 투자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예컨대 지난 6월 손을 든 베어스턴스사의 헤지펀드는 자본금이 20억달러였지만 10배인 200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다 CDO 급락으로 청산됐다. 이러한 미국 CDO시장 규모는 2004년말 500억달러에서 지난해말 1783억달러로 세배 넘게 늘었다.

더 나가 투자은행은 CDO의 부도위험을 막아주는 보험성 상품인 CDS(신용부도스왑)를 같이 팔았다. CDS가 보장하는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28조달러로 CDS시장의 수십배에 이른다. 이러한 헤지펀드의 ‘돈줄’ 역할을 한 것이 저리의 엔캐리자금이다.

그러나 개인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서브프라임 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면서 총체적 문제에 봉착했다. 파생상품 가격이 급락했고, 펀드 투자자는 환매를 요구했다. 다급해진 헤지펀드가 저마다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엔캐리 자금 청산으로 이어졌고 세계 금융시장의 돈 흐름은 막혔다. 더 큰 문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복잡한 서브프라임 파생상품의 특징상 수익구조가 붕괴된 상황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손실을 봤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동양종금증권 이동수 글로벌금융팀장은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미 대부업체보다는 관련 파생상품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