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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자본주의 시작됐다 … 금융자산이 경제 주도

세계경제는 금융시장에서 촉발된 빅뱅(대폭발)으로 금융자산 규모가 급팽창하고 거래가 빨라지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을 촉진하고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신 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신(新)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작동 원리가 바뀌고 있다며 그로 인해 기업 경영 방식의 변화,소득격차 심화 등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세계경제를 '신 자본주의'로 이끈 요인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금융자산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것.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은행 예금 등을 합친 글로벌 금융자산의 규모(2005년 기준)는 약 140조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넘었다.
25년 전인 1980년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어느 때보다 금융거래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지목했다.
1980년에는 금융자산의 42%가량이 은행 예금에 묶여 있었지만 2005년에는 은행 예금 비중이 27%로 떨어졌다.
그만큼 많은 돈이 국제 금융시장을 떠돌아 다닌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이다.
금리와 주식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이 대표적인 케이스.전 세계 파생상품의 규모는 286조달러가량으로 1990년(3조4500억달러)에 비해 80배 이상 팽창했다.

네 번째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새로운 금융 플레이어의 등장.1990년 610개에 불과했던 헤지·사모펀드는 2007년 9575개로 급증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1조6000억달러로 불어났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입김이 세졌다는 것.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자산 비중은 1970년대 전 세계 GDP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3배로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신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자국 금융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신 자본주의가 세계 각국에 도움이 되는 경제 시스템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규제완화로 거대 금융자산 `급팽창`

금융 부문의 엄청난 성장이 자본주의라는 세계 경제의 기본질서를 재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신 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의 탄생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명명한 '신 자본주의'는 '금융 자본주의'라는 말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다.
파생상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폭발적인 증가와 세계를 가로지르는 활발한 금융거래로 인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작동원리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신 자본주의'를 '돌연변이'라고 표현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자본주의가 갑자기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신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얻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최근 20~30년새 각국 정부가 추진한 금융부문의 규제완화.20세기 중반만 해도 각국의 금융시장은 촘촘하게 짜여진 규제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은행의 예금이자율에 상한선을 둔 규제(Regulation Q)가 대표적.이밖에 기업마다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었고 외국인에게는 이 규정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됐다.

이런 규제는 1980년대를 지나면서 도미노처럼 빠르게 무너졌다.
은행 보험 증권 등을 가로지르던 칸막이도 없어졌고 외국인 지분한도 역시 완화됐다.
고정환율제에 묶여 있던 외환시장도 자유를 얻었다.
금융시장이 날개를 펼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와 피셔 블랙의 '파생상품 가격결정 모델'은 기지개를 켜는 금융시장에 날개를 달았다.
파생상품에 합리적인 가격표가 붙여지면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성장할 토양이 마련됐다.
여기에 복잡한 파생상품의 손익 계산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컴퓨터 기술이 보태졌다.
국제 금융시장이 '24시간 운영체제'로 바뀐 순간이다.
중앙은행을 통한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도 금융시장에 생기를 돌게 하는 혈액이 됐다.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 금융시장의 팽창을 부채질했다.
'신 자본주의'는 각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 쉽게 투자하고 수월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가계 부채는 빠르게 증가했다.
영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1994년 GDP의 108% 수준에서 2005년엔 159%로 늘어났다.

기업은 경영권 방어가 한층 힘들어졌다.
공격적인 M&A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발언권도 강화됐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에 대한 시각차가 대표적.비관론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 어느때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오히려 리스크가 줄었다는 쪽이다.
시장 원리에 충실하게 돈이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의 충격 흡수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2000년 글로벌 인터넷 버블 붕괴와 2001년 9·11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도 대형 은행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는 점을 낙관론의 근거로 꼽는다.
낙관론자들은 또 '신 자본주의'가 자본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시장은 국제 금융자본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신 자본주의가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신 자본주의가 일부 투기세력의 배만 불렸다고 비판한다.
자본의 효율성을 빙자해 소득의 극심한 격차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다수 유권자를 등에 업고 금융시장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의 인류는 한번도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경제 체제 속에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자본주의란?

파이낸셜타임스가 규정한 '신 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자본주의 변천사의 한 사조로 보기는 어렵다. 교과서적으론 18세기 후반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에서 개인들의 이윤추구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가 효율성이 가장 높다고 주창한 '고전적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소득 평준화와 완전 고용을 추구해야 한다는 '수정 자본주의'가 힘을 얻어 1960년대까지 이어진다.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이론에 바탕을 둔 사조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다시 중시하는 '신 자유주의'가 본격 대두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경제사적 분류와 달리 금융시장의 급팽창과 새로운 상품 출현이 글로벌화 바람을 타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를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최근의 모습을 '신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미디어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제 변화를 잘 나타내 사용 빈도가 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선을 추구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조류를 '제3의 자본주의' 또는 '이타적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