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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숨가뿐 환율전쟁’…“한국만 피해” 달러 해외투자로 돌여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6-11 18:24 기사원문보기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 환태평양 지역에 ‘환율 전쟁’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상대 국가에는 통화가치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상대국에 비해 낮게 유지해야만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고, 이는 기업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태평양 지역의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는 피해국이라고 할 수 있다”며 “외환당국은 환율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되 지나친 외환시장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환율을 둘러싼 미·중(美中)간 입장차 뚜렷=미 상원은 이달 중 상대 국가가 환율조작 혐의가 있을 때 미 행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토록 규정한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미 상원이 이같은 법안을 제출하려는 것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2325억달러에 이르는 등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외환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해 위안화를 절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무역 불균형의 원인이 환율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부당한 압력을 계속하면 막대한 외환보유액으로 사놓은 미국 채권을 팔아버리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같은 환율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지난달 말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 대표들간의 설전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시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쉽사리 굴복하지는 않겠지만 점차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韓·日)도 심상찮다=일본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1조2531억엔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3월 이후에는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일본 외환당국이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엔화 절상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달러화 등이 일본으로 유입되지 않고, 엔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엔화 가치는 하락하도록 하는 외환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최근들어 다시 잦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외환보유액이 각각 33억4000만달러, 34억8000만달러가 급증한 것은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중국을 견제해왔던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최근 미 하원의 합동청문회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도 환율을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 오랫동안 개입해온 국가에 포함시켰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이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책이 될 수 없다”며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외화차입을 막고, 국내에 넘치는 달러를 해외투자로 돌리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원화 가치는 엔화나 위안화에 비해 몇 배나 더 절상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환율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을 국제적으로 적극 홍보하는 것도 미국의 압력을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