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유언" 인가요? -05.9.11-

2005. 9. 11. 16:13 | Posted by 이누이트

강원도 정선에 갔다가 왔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본거 일수도 있어.
딱 한달전에 본 모습보다 더욱 더 초최해진 모습을 봤고 아버지의 부정적인 말도 들었어.
2박3일동안 같이 있었는데 첫날 도착하니 형이 복귀하기 전이라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가족끼리 단체 사진을 찍었어.
내가 정선에 갔던 첫날 어머니가 매우 아퍼하고 괴로워 했어.
평소보다 아픔의 강도가 세서 정말 힘들어 했어.
그동안 먹지 않았던 진통제도 제일 강력한 진통제로 복용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셨어.
정말 엄마 앞에서 눈물을 참고 참았어. 다행히 눈물은 안흘리고 눈에 물이 고이면 잠깐 화장실가서 닦고 오고 그러면서 엄마 앞에서 눈물을 안 보였어.

두번째 날

평소와 같이 어머니 발을 주물러 드리고 같이 누워있었어.
저녁엔 어머니가 밖에 계시길래 같이 나가서 한 30~40분간 산책을 했는데...어머니가 몇 몇 얘기를 꺼내셨지.
"--야...만약 ...만약 내가 죽으면 상의할꺼나 물어볼꺼 있으면 삼촌이나 막내이모나 막내 이모부한테 해라..."

-난 머뭇거리며..."예"라고 대답했지. "예" 라고 대답하는거 말고는 할말이 없었어-

"그리고 형이랑 사이 좋게 지내고 형이 괴롭혀도 너 생각많이 하고 착하니까 사이 좋게 지내. 그리고 돈같은거 있으면 형도 좀 주고 그래라 개가 돈만 생기면 엄마를 주고 돈을 모을줄 모르거든..."

-난 또 "예" 라고 대답을 했어. 난 "그런소리 하지마"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눈물이 흐르고 있고...어제 또 그런소리 들을수 없을까봐 가만히 있었어. 다행히 저녁이라 어두워서 내가 눈물 흘리는 걸 못 본거 같은데...

"그리고 너 종신보험들었으니까... 니가 직장 들어가면 그거 계속 내고 미레에셋에 적립식펀드 매달 xx만원씩 넣고 있는니까 해지하지 말고 계속 넣고...니 이름으로 주택청약예금 들었으니까 다음에 거기..옆동네 xx동 개발되면 그쪽 넣어두고..."

-"왜 보험같은거 들었어. 난 필요 없어. 돈만 낭비지 왜 보험을 들어"

"엄마가 보험들었어서 망정이니 보험 절대 해지하지말고 계속 해"

-"아..엄마 공무원인데 매년 정기검진 해주지 않아요? 그걸로는 알수 없는거야?"

"받았지. 돈더 들여서 피검사도 받았는데 그걸로는 알수 없나봐 CT나 촬영해야 할수 있는건가봐...

올해 2월달인가 대장내시경할때 배가 정말 아팠는데 그때 부터 조짐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6월달에도 아팠는데.. 그냥 참고 학교 다녔는데...에휴~"

-"....................."

-"엄마...그만 들어가요..."

이게 바로 "유언" 인가?

일주일전인가 아버지가 서울에서 유명한 한의사를 데려와서 어머니 진료를 했는데...의사가 그랬데...한달을 버티기 힘들꺼라고
한달도 아니고 2~3주를 버티기 힘들꺼라고 했어.
그리고 만약 행동이 이상해지면 서울로 올라와 병원으로 옮기라고도 말했데...
그리고 그 전에 7월 중순에는 의사가 3~6개월정도 버틸꺼라고 말했고...

아직 2달 밖에 안되었는데...
그 동안 노력했던 아버지, 어머니 
포기 한건가? 체념 한건가?

내가 집에 가기 마지막날에
엄마 잠깐 안아주고 차에 타고 집으로 왔는데.....엄마 모습이 매우 슬퍼 보였어.
마지막 모습인가....아니겠지?...
한달후면 또 나오니까 그때도 볼수 있겠지?

마지막까지 엄마는 집안일 할껄 나한테 적어주고 여러가지 챙기셨는데...아직은 아닐꺼야
그리고 내가 나오기 몇일전에 부대 맞후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바로 옆에서 받는걸 들었는데...문득 생각을 들더라

"만약 나한테 그런 상황이 오면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저녁늦게 전화가 오면 버스가 없어서 못가고...그렇다고 부대에서 하루 있다가 간다고 하면 내가 미칠꺼 같고...만약 그런 상황이 내게 온다면 난 어떻게 될까.....정신이 없어지고 눈물이 나고...그러겠지"
이렇게 계속 주절대면 끝이 없을꺼 같다.

-05.9.11  16:13-